[MK뉴스]해와 땅의 情熱을 품다…스페인의 맛
유럽 최대 곡창지대 위치…佛·伊 뺨치는 요리 강국
흑미+오징어 먹물 볶음밥 `아로오스 네그로 파에야`
마늘 많이쓰고 조리법 세밀…맛과 건강까지 `일석이조
[김재훈 기자]
유럽 미식가들의 천국은 비단 프랑스와 이탈리아만이 아니다.
알고 보면 숨겨진 이름, 바로 정열의 나라 스페인이다.
이유도 그럴 것이 사실 유럽에서 쌀이 가장 풍부하게 생산되는 나라,
유럽 최대 곡창지대도 이베리아반도 스페인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땅을 비추는 태양 또한 얼마나 강렬한지.
빛의 에너지와 토양의 기를 잔뜩 머금은 원료로 만든 음식이라면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에도 스페인 요리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특이한 음식과 정갈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서울 북촌 일대 레스토랑에도 조용한 스페인 바람이 불고 있다.
지도상 북촌 한옥마을의 정중앙, 그러니까 서울중앙고에서 가까운 곳에 지난해 11월 '떼레노'라는 가게가
문을 열었다. 떼레노(terreno)는 스페인어로 땅을 의미한다.
이 말에 스페인 요리의 모든 정신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일단 각 단품 음식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에 커피나 초콜릿, 추로스 등 달콤한 음식을 먹고 점심을 양 많고도 길게 먹는다.
그래야 그 유명한 낮잠(시에스타)에 들어갈 수 있으니. 따라서 저녁은 좀 늦은 오후 8~10시께 먹고 양도 적단다. 스페인 사람들의 저녁 식사는 '타파스(tapas)'라고 부른다. 타파스는 더운 날 와인 안에 날파리 등이 빠지지 않도록 잔 위에 얹어두는 작은 접시를 말한다. 그래서 타파스 식사는 작은 접시만큼이나 양이 적다.
먼저 나온 요리는 하몽 크로켓. 하몽은 스페인어로 돼지 햄이다.
독일식 훈제햄이 아니라 지중해식 말린 햄이어서 다소 질기다.
이게 들어간 크로켓이라니 당연 오돌도돌한 식감이 일품이다.
'수비드'한 문어도 수준급. 수비드(sous vide)는 사실 프랑스 요리의 한 기법이지만 이곳에도 등장한다.
센 불에서 빨리 굽는 게 아니라 저온에서 기름을 넣어 오래 찌는 형태다. 문어살이 부드럽게 씹힌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 파에야를 빼놓으면 섭섭하겠다.
철판볶음밥쯤 되는 이 파에야는 쌀의 주산지 스페인이 가장 자랑할 만한 요리다.
'아로오스 네그로 파에야'는 말 그대로 검정(네그로) 쌀(아로오스)을 쓴 파에야다.
여기에 오징어 먹물을 넣었으니 검기가 이를 데 없다. 검은 쌀에 해산물과 달팽이, 돼지고기 등을 다양하게
토핑해 육수가 자작자작 끓도록 볶아낸 파에야. 그 밑바닥엔 누룽지처럼 눌러붙은 쌀밥도 있다.
우리 누룽지 맛과 똑같으니 정겹다. 스페인을 숨은 요리 강국이라고 부를 만한 또 다른 이유는
이 나라 음식의 요리 철학에 있다. 스페인 음식은 이른바 '분자요리'라고도 불린다.
분자만큼이나 기법이 세밀해서 양은 적어도 맛이 일품이라는 거다.
수비드한 문어도 대표적인 분자요리 중 하나이고 디저트로 나오는 후식조차 평범함을 거부한다.
물에 계란을 풀어 저온으로 천천히 익힌 수란(水卵), 여기에 올리브 오일로 구워낸 버섯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니 황제 입맛에 맞춘 후식이 틀림없다.
천천히 구워낸 만큼 요리 시간도 오래 걸려 기다리는 데 인내가 필요하지만 슬로 푸드가 대세임을 기억하시라.
커스터드를 굳히고 그 위에 캐러멜로 코팅한 프랑스식 디저트 크렘 브륄레도 스페인에선 더욱 강렬해진다.
바닐라향이 짙고 진한 계피까지 가득 담겨 있다. 매콤한 초리소 소시지 역시 정열의 나라 스페인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아이스크림이 되기 직전 차가운 무스 정도 될 세미 프레도 디저트엔 계란과 와인도 들어 있어 독특함을 더한다.
재료 선택의 세심함은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쏠린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얘기다.
아이올리(마요네즈) 소스가 곁들여진 음식이 많은데 일반 마요네즈와는 차이가 있다.
우유와 마늘을 섞어 기름 투입 없이 굳혀 만든 게 바로 스페인식 마요네즈, 아이올리다.
연어 요리도 구워내는 게 아니라 소금을 넣어 쪄냈다. 스팀 염장이라고 부른다.
이런 기법 모두 음식 칼로리를 낮춘다. 떼레노 셰프 신승환 씨는 스페인에 오래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매장을 냈다. 공간 구성에도 신경 썼다. 매장 1층엔 시각 장애인의 일상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이 마련돼 있어 분위기가 남다르다.
2층 매장 위 3층, 정확히는 옥상에 요리 작물을 재배하는 밭도 널려 있다.
더욱 따뜻한 봄날엔 2층 야외 테라스에도 테이블을 둬 손님을 맞을 예정이란다.
[서진우 기자] <출처:MK뉴스 / 2015.04>
[MK뉴스]해와 땅의 情熱을 품다…스페인의 맛
유럽 최대 곡창지대 위치…佛·伊 뺨치는 요리 강국
흑미+오징어 먹물 볶음밥 `아로오스 네그로 파에야`
마늘 많이쓰고 조리법 세밀…맛과 건강까지 `일석이조
[김재훈 기자]
유럽 미식가들의 천국은 비단 프랑스와 이탈리아만이 아니다.
알고 보면 숨겨진 이름, 바로 정열의 나라 스페인이다.
이유도 그럴 것이 사실 유럽에서 쌀이 가장 풍부하게 생산되는 나라,
유럽 최대 곡창지대도 이베리아반도 스페인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땅을 비추는 태양 또한 얼마나 강렬한지.
빛의 에너지와 토양의 기를 잔뜩 머금은 원료로 만든 음식이라면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에도 스페인 요리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특이한 음식과 정갈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서울 북촌 일대 레스토랑에도 조용한 스페인 바람이 불고 있다.
지도상 북촌 한옥마을의 정중앙, 그러니까 서울중앙고에서 가까운 곳에 지난해 11월 '떼레노'라는 가게가
문을 열었다. 떼레노(terreno)는 스페인어로 땅을 의미한다.
이 말에 스페인 요리의 모든 정신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일단 각 단품 음식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에 커피나 초콜릿, 추로스 등 달콤한 음식을 먹고 점심을 양 많고도 길게 먹는다.
그래야 그 유명한 낮잠(시에스타)에 들어갈 수 있으니. 따라서 저녁은 좀 늦은 오후 8~10시께 먹고 양도 적단다. 스페인 사람들의 저녁 식사는 '타파스(tapas)'라고 부른다. 타파스는 더운 날 와인 안에 날파리 등이 빠지지 않도록 잔 위에 얹어두는 작은 접시를 말한다. 그래서 타파스 식사는 작은 접시만큼이나 양이 적다.
먼저 나온 요리는 하몽 크로켓. 하몽은 스페인어로 돼지 햄이다.
독일식 훈제햄이 아니라 지중해식 말린 햄이어서 다소 질기다.
이게 들어간 크로켓이라니 당연 오돌도돌한 식감이 일품이다.
'수비드'한 문어도 수준급. 수비드(sous vide)는 사실 프랑스 요리의 한 기법이지만 이곳에도 등장한다.
센 불에서 빨리 굽는 게 아니라 저온에서 기름을 넣어 오래 찌는 형태다. 문어살이 부드럽게 씹힌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 파에야를 빼놓으면 섭섭하겠다.
철판볶음밥쯤 되는 이 파에야는 쌀의 주산지 스페인이 가장 자랑할 만한 요리다.
'아로오스 네그로 파에야'는 말 그대로 검정(네그로) 쌀(아로오스)을 쓴 파에야다.
여기에 오징어 먹물을 넣었으니 검기가 이를 데 없다. 검은 쌀에 해산물과 달팽이, 돼지고기 등을 다양하게
토핑해 육수가 자작자작 끓도록 볶아낸 파에야. 그 밑바닥엔 누룽지처럼 눌러붙은 쌀밥도 있다.
우리 누룽지 맛과 똑같으니 정겹다. 스페인을 숨은 요리 강국이라고 부를 만한 또 다른 이유는
이 나라 음식의 요리 철학에 있다. 스페인 음식은 이른바 '분자요리'라고도 불린다.
분자만큼이나 기법이 세밀해서 양은 적어도 맛이 일품이라는 거다.
수비드한 문어도 대표적인 분자요리 중 하나이고 디저트로 나오는 후식조차 평범함을 거부한다.
물에 계란을 풀어 저온으로 천천히 익힌 수란(水卵), 여기에 올리브 오일로 구워낸 버섯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니 황제 입맛에 맞춘 후식이 틀림없다.
천천히 구워낸 만큼 요리 시간도 오래 걸려 기다리는 데 인내가 필요하지만 슬로 푸드가 대세임을 기억하시라.
커스터드를 굳히고 그 위에 캐러멜로 코팅한 프랑스식 디저트 크렘 브륄레도 스페인에선 더욱 강렬해진다.
바닐라향이 짙고 진한 계피까지 가득 담겨 있다. 매콤한 초리소 소시지 역시 정열의 나라 스페인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아이스크림이 되기 직전 차가운 무스 정도 될 세미 프레도 디저트엔 계란과 와인도 들어 있어 독특함을 더한다.
재료 선택의 세심함은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쏠린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얘기다.
아이올리(마요네즈) 소스가 곁들여진 음식이 많은데 일반 마요네즈와는 차이가 있다.
우유와 마늘을 섞어 기름 투입 없이 굳혀 만든 게 바로 스페인식 마요네즈, 아이올리다.
연어 요리도 구워내는 게 아니라 소금을 넣어 쪄냈다. 스팀 염장이라고 부른다.
이런 기법 모두 음식 칼로리를 낮춘다. 떼레노 셰프 신승환 씨는 스페인에 오래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매장을 냈다. 공간 구성에도 신경 썼다. 매장 1층엔 시각 장애인의 일상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이 마련돼 있어 분위기가 남다르다.
2층 매장 위 3층, 정확히는 옥상에 요리 작물을 재배하는 밭도 널려 있다.
더욱 따뜻한 봄날엔 2층 야외 테라스에도 테이블을 둬 손님을 맞을 예정이란다.
[서진우 기자] <출처:MK뉴스 / 2015.04>